얼마나 잤을까? 12시에 겨우 잠이 들었는데 깼다. 시계를 보니 2시다. 어젯밤엔 아이폰 라이트닝-3.5젠더를 잊어버렸다. 어디다 두었는지 기억조차 없다. 문뜩 얼마 전 에어팟을 잃어버린 것도 생각났다. 아까운 것들을 생각하다 다시 잠을 청했다.
또 다시 잠을 깼다. 시계를 보니 3시다. 자꾸 잠에서 깨기에 환전과 하노이 공항에서 버스 타는 것을 알아보려고 앉았는데 그 순간, 어떤 남자가 내 옆에 그것도 바짝 붙어서 앉았다. ‘뭐지?’ 라는 생각도 잠시, 우선 하노이에 도착해서 막상 부딪쳐야 할 일을 정리해야한다는 생각에 검색에 집중했다. 한 30분정도 검색을 했는데, 내 옆자리의 남자는 일어 날 기세가 없다. 나의 침대를 빼앗겼다.
그 남자는 앉아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말끔한 복장과, 워커를 신은 이 평범해 보이는 남자의 핸드폰에선 ‘순풍 산부인과’가 재생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이상하다고 느껴졌고 난 다시 잠들 수 없었다. 그렇게 앉아 있었는데,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캐리어를 끌고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빠르게 수속을 밟고 조금 쉬어야지 생각하고 간 J게이트에 어찌나 긴 줄이 있는지 옆 게이트까지 줄이 늘어섰다. 나는 더 길어지기 전에 어서 줄을 섰고, 한동안 기다려서 24A좌석의 티켓을 받고 4게이트를 통해 출국심사를 받았다. 평창올림픽 기간이여서 그런지 신발까지 벗어 검사를 했다.
[줄이 너무~~~~~~~길다]
탑승동에 4시 40분이 되어서야 들어왔다. 들어가자마자 온라인면세점으로 주문했던 누나의 생일 선물을 받으러 121번 게이트 사이 인도장으로 물건을 찾으러갔는데, 5시부터 시작한단다. 잠시라도 쉬려고 옆에 있는 키즈 존에 가방을 내려놓고 쉬었다. 5시가 되어 나와 보니 대여섯 명이 줄서있다. 물건을 받고 113번 게이트로 이동해 비행기 탑승을 기다렸다. 비행기 이륙이 6시 25분이었는데, 6시 20분이 되어도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했다. 잠시 후 비행기에 탑승하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고 나도 비행기에 탑승했다.
[언제봐도 물건이 많은 인도장]
비행기 안에서 내 자리를 찾아 가는데 24A인 내 자리에 누가 앉아있다. 승무원을 붙잡고 내 자리라고 이야기 했다. 승무원과 그 사람과의 대화를 들어보니 친구들하고 함께 앉았고, 23D가 자기 자리니깐 나보고 거길 앉아 달라고 한다. 난 거절할 힘도 없어 23D 자리에 털썩 앉았다. 저가항공이라 그런지 기내에 짐들이 매우 많았고 내 가방을 올릴 만한 공간이 없어 발아래에 두었다. 그런데 가방을 정리하는 승무원의 모습을 보니 가방이 내 발 아래 있는 게 더 안전하다고 생각이 든다.
[여기가 23D자리이다. 내 가방은 여기가 더 안전한 거 같다]
드디어 비행기가 출발한다. 어제의 무리한 스케줄로 인해 비행기에서 바로 잠 들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잠을 방해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뒤에서 났다. 뒤에는 한국인 아빠, 베트남 엄마 그리고 아이 2명이 앉았는데, 한 아이는 연신 고함을 지르고 또 다른 한 아이는 장난기가 얼마나 많은지, 본인 자리에서 탈출해 내 의자 아래로 기어 나왔다. 출발한 지 4시간이 되어 가는데 고함지르는 아이는 아직도 고함을 지르고 있다.
1시간정도 늦게 출발한 비행기에 주구장창 앉아 음악을 듣기도 영화를 보기도 잠 들려고 노력을 했다. 하지만 뒤에 화목하지 못한 한 가정이 신경이 쓰여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내 옆좌석에 베트남 사람으로 보이는 남녀가 앉아 있다. 그들과 대화하지 않았어도 나처럼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내 옆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Can you speak Korean?"이라고 물었다. 그녀는 한국말을 할 수 있다고 대답했고, 우리는 뒷자석의 횡포? 에 큰 동감을 가졌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자의 이름은 트엉이다. 옆에 앉아있는 남자는 트엉의 사촌동생으로 함께 고향으로 가고 있다고 이야기 했고,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지낸다고 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그녀에게 환전하는 것과 유심을 구매하는 것에 대해 도움을 청했고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11시가 되어서야 입국수속절차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타고 온 비엣젯 비행기]
우리는 입국수속을 마치고 캐리어 받는 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줄을 섰다. 내가 서있는 외국인줄은 도무지 줄지를 않았다. 그에 반해 베트남 자국민들의 줄은 매우 빠르게 줄어들었다. 나는 30분이 지나서야 나갈 수 있었고, 그녀를 안지 1시간 남짓 되었는데, 언제 나올지 모르는 나를 30분이나 기다리고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나는 캐리어를 찾으러 3번 게이트로 갔고, 짐을 찾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잠깐 그녀를 찾아봤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체념하고 입국장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내 팔을 낚아챘고 어디선가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마중 나온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먼저 입국장에서 나왔고 친구들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나자 마자 그녀는 나를 끌고 환전과 유심구매를 도와주었다. 그러곤 친구가 차가 있는데 그 차를 타고 시내로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좋다고 했고 그녀의 아는 동생 차로 발을 옮겼다.
[느린 외국인 출입국 관리와 베트남 공항을 나와서]
공항에 나오자마자 야자수들이 보였다. 유심을 넣으니 카톡이 되었다. 아는 지인에게 연락해 공항에서 처음만난 친구의 차를 얻어 타고 시내로 가려고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인은 함부로 남의 차에 타는 거 아니라며 위험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도 그럴게 트엉과 남자 사촌동생이 있었고, 마중 나온 여자 1명과 남자 2명이 있었다. 그 사람들이 나를 제압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까 승낙을 했기에 그들을 따라갔다. 가다보니 우리 앞에 닛산의 SUNNY라는 차가 세워져 있었다. 나는 차를 보고 지인에게 안전할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를 납치하려 했다면 아무리 못해도 벤을 준비했을 것이다. 그들은 트렁크를 열어 짐을 실었다. 하지만 내 캐리어가 너무 큰 탓에 뒷좌석 발판에도 짐을 실었다. 나는 그들 중 가장 덩치가 커 앞좌석에 앉았고 나머지 4명이 뒷자석에 앉아서 시내로 갔다. 시내까지 1시간의 거리를 그들은 나로 인해 그렇게 왔다.
[닛산의 SUNNY 보조석에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시내로 이동중이다]
차가 멈춰 선 곳은 길가에 있는 음식점 옆이었다. 베트남에 처음 도착해서 먹은 음식은 ‘분짜’이다. 음식을 먹으면서 그녀에게 도움 받은 게 많아서 식사비용을 내가 계산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고, 그렇게 해도 된다고 이야기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고 일어나는데, 일행 중 한명이 재빨리 결제를 해버렸다. 나 때문에 불편하게 왔는데 음식까지 사주어서 정말 미안했고 한편으론 고마웠다.
[현지인에게 얻어먹은 분짜]
우린 밖으로 나와 그녀의 친구가 불러준 택시를 기다렸다. 외국인들은 우버를 많이 이용한다고 했지만, 현지인들은 택시를 직접 불러서 가격을 흥정하고 이용한다고 했다. 택시는 우리가 서있는 맞은편에 주차를 했다. 차로 우리가 가야한다면서, 왕복 10차선 정도의 차도를 트엉친구는 나의 캐리어를, 트엉은 나를 부축(?)하며 택시에 타는 것을 도와주었다. 숙소 앞까지 8만동에 도착을 했다. 아직 베트남 동에 대해 이해가 부족해서 되게 많은 돈을 냈다고 생각했는데, 계산해보니 4천원 남짓한 돈이었다.
[내가 머무는 숙소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이다]
오후 1시 45분쯤 숙소로 들어섰다. 숙소에는 꼬마숙녀만 있었고 나는 그 아이에게 주인을 불러 달라 이야기 했다. 아이의 부름에 나온 주인은 매우 피곤해 보였다. 그는 나에게 2시 이후에 체크인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했고, 나는 숙소 로비에 짐을 놓고 R&M마사지샵에 예약을 하러 갔다. 하지만, R&M 마사지샵에 도착해서 보니 연휴기간에는 쉰다는 안내문과 셔터가 내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간을 보니 2시에 가까워져 가고 있어 다시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해 로비에서 한동안 체크인을 기다렸다. 2시가 넘어가고 3시가 되어도 난 체크인을 하지 못했다. 주인은 나와서 하노이의 ‘뗏(추석)’ 기간이여서 좀 늦어지고 있다고 미안하다고 이야기 했다. 그렇게 기다리다 4시가 되어서야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숙소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과 연락하고 샤워를 했다.
[R&M 마사지샾 한쪽 벽에 붙어잇던 휴무알림 종이]
그렇게 숙소에서 쉬다 6시가 다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고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포텐리 국수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가 고파 빠른 걸음으로 갔지만 연휴로 문이 닫혀 있었다. 실망했지만, 저녁을 먹겠다는 의지로 어디로 갈지 고민했다. 그러다 불현 듯 오바마식당이 생각나 위치를 검색하고 20분가량을 다시 걸어 식당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곳도 역시 문이 닫혀있었다.
[문닫은 Pho 10과 오바마 식당]
결국 오늘 식당 문 한번 열어보지 못했다. 그렇게 1시간을 걸어가다 유명한 아이스크림이 있다기에 'Trang Tien Ice Cream Company'에 가서 8,000VND(400원)에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어떻게 아이스크림을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자연적인 맛이 좋았다. 그러곤 호안끼엠 호수 앞에 있는 'Pho Hung'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메뉴판을 보고 80,000VND짜리 쌀국수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왔는데 평소에 먹었던 쌀국수의 비주얼과 좀 달랐고, 소량의 야채들이 접시에 나왔다. 뭔가 기대했던 맛은 아니었지만, 배고팠기에 다 먹었다.
[400원짜리 아이스크림과 4000원짜리 쌀국수]
'Pho Hung'에서 나와 근처 'Highland'커피숍으로 갔다. 호안끼엠 호수 앞에 있는 이 커피숍 3층 테라스에 자리에 앉아 커피도 마시고 타임랩스도 촬영했다. 바로 앞에 큰 광장도 있다보니 3층 테라스에서 앉아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리가 없으면 모르는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 앉기도 한다.
[베트남에서 뜨고있다는 HIGHLANDS 호안끼엠 호수점]
타임랩스와 커피를 다 마시곤 집에 돌아오는 길에 K-마트에 들려 음료를 구매했다. 숙소에 돌아와, 로비에 주인이 있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금요일 저녁에는 뗏 연휴가 시작되어 택시를 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량을 예약을 해주겠다며 34만동의 금액을 결제했다. 나는 숙소로 올라와 오늘 하루동한 사용한 금액을 계산했다. 몇 번이고 계산했는데, 18만동정도가 남는다. 어찌되었건 부족한 것보단 좋다. 벌써 12시49분이다 내일 짱안 여행을 가기 위해 어서자야겠다.
[집에 돌아갈 때 이용할 운행계약서 / 피비마트에서 구입한 오렌지쥬스 숙소의 냉장고에 넣어두니 시원하니 맛있다.]
하노이여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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